요즘 경제 전문가들은 과거를 되돌아보고 있다. 과거 위기와 파장, 해결책을 복기하면서 현존의 자금 위기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탐문하고 있다. 과거 이론가들이 눈앞에 당면한 문제를 어떻게 해석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놓을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일 당장 써먹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차원이 아니다. 추상적이지만 두고두고 밑거름이 되는 중요한 단서를 찾기 위해서다. 그들이 주목하는 과거 이론가는 누구일까. 바로 애덤 스미스와 카를 마르크스, 존 메이너드 케인스다.
이 책 《거장의 귀환》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세 명의 경제학자(애덤 스미스, 카를 마르크스,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사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이들 거장의 눈을 통해 현대 경제위기를 타계할 전망과 혜안을 읽을 수 있다. 누구보다 현대 경제학에 정통한 저자 마크 스쿠젠은 최근에 나온 신뢰할 만한 전기문과 역사적 자료에 기초해 경제학자들의 문제의식을 되짚어본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국가와 시장이 나아갈 길을 앞서 실험하고, 후대에 길을 훤히 비추고 있는 세 거장의 사자후 같은 혜안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이냐 국가냐, 미래를 위한 떨리는 선택
전 세계를 휩쓸다시피 하고 있는 금융위기, 시장 붕괴, 달러화 약세 같은 문제는 비단 21세기만의 현상이 아니다. 어쩌면 경제학자라면 누구나 고민해야 했던 ‘시장과 정부의 균형 문제’에서 그 해결점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현재와 같은 격변의 시기에는 단순히 경제 상식책을 놓고 파편적인 지식을 찾기보다는 아예 체계적인 학습을 해보는 게 필요하다.
“국가는 자유방임정책 하에서 부강해질 수 있다”는,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학설을 주장한 18세기의 애덤 스미스. 19세기, 시장의 얼굴을 한 자본의 탐욕과 그로 인한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자본주의의 굴레를 벗어던진 카를 마르크스. 그리고 20세기에 재정과 정부의 금융 정책을 통해 경제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방법을 찾은 영국의 존 메이너드 케인스. 이들은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같을까? 당대를 혁명적으로 뒤바꾸었던 이들의 사상이 현재에 와서 새롭게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스미스와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가치 원천이 무엇인지를 밝혀낸 인물이다. 금융시장 머니게임이 가치를 낳을 것이라는 통념이 거품 붕괴로 무너진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이론가로 꼽힌다. 케인스는 자본주의가 위기를 딛고 다시 일어서기 위한 필요조건을 이론적으로 규명했다. 거품 붕괴로 통념적으로 믿었던 경제 원리가 무너지고, 국가의 대응이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볼 때 중요한 통찰력의 원천인 셈이다.
《거장의 귀환》은 경제사에서 가장 영향력이 컸던 경제학자 세 사람에 대해서, 그들의 이론이 왜 그토록 현대 경제학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정부의 정책 입안자부터 경제학의 기본기를 다지기 위한 대학생까지 현대 경제 문제를 고민하는 이라면 누구나 봐야 하고, 또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필독서이다.
신자유주의 이후, 누가 자본주의를 구하러 올 것인가?
20세기가 막을 내릴 무렵 《타임》의 편집자들이 20세기의 경제학자를 선정하기 위해 한 곳에 모였다. 그들이 뽑은 경제학자는 다름 아닌 대공황 이후 복지국가의 이론적 토양을 제공한 존 메이너드 케인스였다. 그런데 케인스는 경제학을 불균형의 상태로 남겨둔 채 2차 세계대전 직후 세상을 떠났다. 1960년대 말까지 이어진 케인스 경제학의 전성기 동안에 많은 경제학자들이 검소한 소비자들로 인해 경제가 위축되거나 누진세와 연방정부의 적자가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을지 우려했고, 통화정책에는 문제가 없을지, 또 소련 같은 계획경제국가가 서구의 여러 자유로운 국가들보다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이처럼 당시 정치계와 지성계의 분위기는 케인스의 정신, 심지어 마르크스의 정신이 지배하다시피 했다.
금융위기의 결과로 정부의 역할이 눈에 띄게 커진 지금, 케인스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더군다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대변되는 스미스의 자유경쟁 체계가 현재 시장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만약 당신이 자유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면 가장 좋은 세상이 온다고, 또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면 항상 상황이 더 나빠진다고 믿는다면, 케인스가 바로 당신의 적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케인스의 이론을 가장 잘 요약한 말일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신자유주의가 막을 내릴 것인가? 그렇다면 추락하는 자본주의를 구하러 올 구세주는 누구인가? 저자 스쿠젠은 신자유주의도 문제지만 국가의 과도한 시장 개입도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 책에서 조명한 경제학의 세 거장은 때로는 권좌를 차지했다가 때로는 다른 두 사람에게 양보하기도 했다. 세상이 경제적 활력으로 가득한 시대에는 애덤 스미스가 최고의 자리에 올랐고, 위기와 불황이 엄습한 시대에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카를 마르크스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러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근대 경제학의 창시자인 애덤 스미스가 명예회복의 꿈을 이루었다.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의 시대에는 과연 누가 진정한 구원투수로 활약할 것인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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